글또 8기는 몇 분 차이로 아쉽게 인증 기준을 넘긴 글을 마지막으로 끝냈다. 2주에 한 번씩 괜찮은 글을 쓴다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한 번이었나? 네이버 블로그로 제출한 회차가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티스토리로 기록했다.
글또에서 글쓰기는 예치금을 내고 글을 쓰면 돌려받는 방식이다. 패스 두번을 모두 사용한 이후 제출을 놓쳤던 거라 예치금 만원이 차감되었다. 대신 커피드백 세번에 모두 참가 인정이 되어 최종 10만 5천원으로 입금되었다. 물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들을 많이 얻었지만, 처음 참여할 때 동기는 다른 사람이 볼만한 글을 제대로 (강제로라도) 쓰고 싶다는 데 있었기 때문에 예치금 제도가 도움이 되긴 했다.
영글 | 영국에서 글쓰기는 브런치에 발행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masters2023uk
작년에 같이 글을 써 봐서 이미 아는 사람들과의 후속 모임이었고 모임비는 따로 없었다. 대신 한 달에 한 번씩 글을 올리고 서로 피드백을 하는 줌 미팅을 열었다. 모르는 사람들도 아니고 한 달에 한 번 횟수가 부담 없을 줄 알았는데 이것도 생각보다 꽤 힘들었다.
같은 자리에서 바라보는 것도 초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데 나에게 두 개의 글쓰기 모임은 그러한 역할을 충분히 해 주었다.
기존 메인으로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 이외 티스토리와 브런치스토리 플랫폼을 서로 다른 글쓰기 모임으로 나눠 놓으며 역할을 구분했다. 본래 티스토리는 GA 연결 및 분석을 위해 만들었던 것이라 간간히 사용자 유입을 유지할 만큼 최소로 운영 중이었다. 브런치스토리는 공동 글쓰기(브런치북)를 하면서 아이디/비번을 공유해도 크게 문제 없을 곳으로 생각해 새로 만든 것이었다. 목적을 수행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저품질 블로그가 되는 걸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던 것을 이제는 티스토리에 경력이 될 수 있을만한 활동들을 정리하고 테크 관련 공부 기록을 올리는 것으로 (글또 8기를 거치며) 정돈하였다. 브런치 매거진에는 어느덧 2년이나 지나버린 영국 석사 졸업과 관련된 과거 기록을 현재 시점으로 올리기로 정돈하였다.
개발 공부와 관련해서는 항상 따라가기 급급해서 대외 활동 같은 걸 해도 그때 그때 차분히 정리할만한 여유가 없어 글을 잘 쓰지 못했다. 처음 이런 저런 걸 시작할 때도 유튜브 알고리즘 파도타기 하듯 별 생각없이 괜찮을 거 같아서? 발을 들인게 대부분이라 목적이 딱히 없이 활동하곤 했는데 그렇게 드문드문 들인 시간이 6개월씩 쌓이고 1년씩 지나고 나니 그제서야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들이 생겼다. 이런 활동을 한 게 지금의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자각이 생기고 그래서 앞으로 이러저러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하자 구체적으로 내용을 기록해둔게 없어서 아쉽기 시작했다. 바쁜 현생에 중요한 걸 못하고 있는 걸 깨달았으니 강제로라도 써보자 글쓰기 환경을 만든게 글또 8기였고 커뮤니티에 활동하는 다른 멋진 분들에 동기 부여를 받아 나의 마음도 잃지 않고 계속 가져갈 수 있었다. 덕분에 티블로그 정체성이 생겼으니 그것도 참 좋다.
영국유학에서 얻은 것들에 대한 기록을 예전부터 늘 쓰고 싶어했고 일상 기록에 섞어 조금씩 풀고 있긴 했었다. 많은 해외 여러 국가들 중 왜 영국이었는지, 대학원 생활하면서 겪었던 감정의 변화라던지 ... 그런 부분들이 각을 잡고 글쓰기가 어려웠던게 과거의 배움이 또렷하게 있지만 현재의 삶이 계속 흘러가면서 변형되기 때문이었다. 하다못해 수업 시간에 배웠던 강의 내용 같은 것들도 그 당시 이해한 정도와 지금의 해석 가능 정도가 다르다보니 과거 석사 기간만큼을 정확히 분리해서 쓰는게 무척 어려워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그래서, 글을 찾는 사람들은 (특히 석사의 경우) 1년 학비로 이만큼씩 투자할 가치가 있나를 따지며 볼텐데 나의 글은 정확히 1년만큼의 배움은 아니라는 그런 저런 마음을 쥐고있으니 살살 다스려가며 뱉어내는 게 어려웠다. 마냥 숙제 같은 기분들도 들고 그러던 걸 결국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 현재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대체한게 영글이었다. 학교나 전공 등 개인의 배경이 다르긴 했지만 영국 석사유학이라는 특수한 환경을 같은 시기 경험한 사람들이다보니 글감을 얻는 것도 수월했고 확실히 정리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이해하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닥가닥 잡고 풀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 2023년, 7개월 간의 글쓰기 모임 2개를 마쳤다. 마지막에는 정말 글을 쓸만한 여력이 너무 없어서 힘들었다. 정해둔 기간이 거의 끝나가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조금 만 더 길게 기간을 잡았더라면, 자칫 중간에 포기할 법 했다. (실제로 강의만들기는 비슷한 흐름에 상황적 여유도 되지 않았고 의지를 유지하려는 마음도 떠나서 안타깝게도 중도하차하였다). 글쓰기 모임만 간신히 끝에 왔다며 마무리는 해야지 이제 마지막 회차니까 ... 하면서 그만하려고 떠나려는 마음 끝자락을 붙잡고 끌어 끝을 내었다.
그리고 한달, 방전된 글쓰기 에너지가 약간은 채워져 돌아왔다. 운동 한번 힘들게 하고 근육을 잡아봤던 경험이 있으면 다시 습관을 들이기 편한 것처럼 나에게는 글쓰기도 그렇게 된 것 같다. 그렇게까지 힘들었던 이면에는 결국 테크 활동 주제로 2주에 한번씩 글을 이어가기 어려운, 본인의 내공이 부족해서 인 것 같고 영국유학과 관련해서도 글을 쓰는 과정에 지난 영혼 밑바닥까지 탈탈 털어내는 부담감을 견디지 못해서였던 거 같다. 보여주기 위해 글로 정제하는 과정은 날것 그대로 감정에 솔직한 다음에 가능하니 말이다. 문장이 자꾸 복잡해지는 건 생각도 어렵게 하고 있을 때가 많고 ... 아무튼 그러하다. 결론은 2개의 글쓰기 활동을 통해 그동안 나에게 필요한 일들을 조금 했고 미뤄둔 숙제들을 정리하며 마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다시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는 근육을 활용할 방법을 깨친 기분이 참 좋다.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길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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